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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상

퇴사 18일 앞둔 직장인의 심경 '시부모님께 퇴사 이야기한 후기'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시부모님께 해야하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어제 말씀드렸다. 시부모님께서는 어제 백신을 맞으셨고 집에서 쉬고 계셨다. 갈까말까하다가 죽을 사들고 집을 방문했고, 말할까말까하다가 오빠가 없는데 아버님께서 '회사는 어떠니, 잘 다니고 있니?'하는 말씀에 '아버님, 저 퇴사해요'라고 말해버렸다. 이미 엎지러진 물. 아버님은 웃으시면서 '퇴사해? 언제?'라고 말씀하셨고, 어머니께서는 '퇴사한다고? 왜?'라며 놀라신 눈치셨다. 나는,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몸도 안좋아지고 그래서 임신도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근데 어딜 정해놓고 가는 것도 아니고, 어딜가나 스트레스는 많은데..'하시며 뭔가 아쉬우면서도 약간 부정적인 반응이셨다. 

 

예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시부모님의 반응을 보니 빨리 자리를 떠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빠 밥차려줘야해서 가볼게요'라고 했는데 밥을 먹고 가라 하시며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셨다. 어머니께서는 마치 취조하듯이 무엇 때문에 퇴사하겠다고 하는건지 꼬치꼬치 물으셨다. 결국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다난성 난소 증후군'이라고 그게 심해서 체중도 불고 임신도 잘 안되는 것 같다. 사실 다난성 난소 증후군은 대개 많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 질환이지만.. 나는 정말 매달 방광염과 질염도 같이 앓고 있기 때문에 그 질환이 더 크게 느껴지고 그것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마케팅이 주 업무였던 내가 마케팅이 아닌 분석팀에서 일하게 된 후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채로 업무가 맡겨지고 진행하다보니 회사에 갈 때마다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알지 못하는 용어를 계속 공부하고, 일에 대한 재미도 없이 매일을 그렇게 긴장하며 다니다보니 무력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음날을 두려워하며 지냈었던 것 같다. 시부모님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께서는 다른 것보다도 건강이 안좋고 난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 

 

뭐랄까. 자꾸 이야기의 흐름이 몸이 아파서, 난임이 될까봐로 흘러가는 것이 싫었다. 나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고, 이 업무 보다 내가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인데, 그것이 아닌 자꾸 다른 길로 새는 것 같아 좀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래요. 물론 건강상의 이유도 있지만, 젊을 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라고 말씀드렸다. 아버님께서는 내 결정에 잘했다라고 하시며 젊을 때 도전해보라고 하셨고, 어머니께서도 해보라 하셨지만, 걱정되는 눈치였다. 퇴사하는데 시댁의 눈치를 봐야하다니. 퇴사하고도 오빠에게는 결혼 후 계속 주던 생활비를 계속 줄거고 (물론 퇴직금에서 나가겠지만) 나도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생활비를 낼 거다. 놀고 있지만은 않을건데 마음이 왜이렇게 불편한 걸까.

 

결혼 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도 알려야 하니까 불편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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